칼빈의 신앙 이해 by 사고혁명

 첫째로, 칼빈은 신앙을 신앙의 지식(notitia, scientia)으로부터 이해한다. 그리고 이 신앙의 지식은 그것의 인지적 성격에 관한 한 다른 지식(notitia, scientia)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칼빈은 이 신아의 지식을 다른 지식보다 더 확실한 지식으로 여긴다. 오늘날 유행하는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이나 그리스도에 대한 신뢰와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명제에 대한 신뢰의 차이를 칼빈은 그렇게 강조하지 않는다. 그는 성경에서 가르치신 대로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믿는 것, 성경에 따라 진술된 명제를 믿는 것을 그리스도와 하나님에 대한 신뢰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것이다.
 
 둘째로, 칼빈이 말하는 구원 신앙의 내용에는 그리스도에 대한 직접적 지식뿐만이 아니라, 창조와 섭리에 대한 지식까지도 포함되는 것이다. 구속에 대한 인식에 이미 섭리에 대한 인정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 둘을 나누어 말하는 것은 논의를 위한 편의상의 조치일 뿐이다. 그러므로 칼빈에게는 구속주로서의 하나님이 창조주와 섭리자로서의 하나님이시지, 그 둘을 어떻게든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셋째로, 칼빈은 신앙의 지식에 대한 신앙의 신뢰(fiducia)를 강조한다. 신앙은 분명히 그 무엇보다도 확실한 지식이나, 지식만으로는 신앙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에 반응하는 신앙 고백과 삶으로 나타나는 신뢰이다. 칼빈이 말하는 믿는 바 주께 대한 전적인 신뢰는 슐라이어마허의 절대 의존감 이상의 신뢰이다.

 넷째로, 칼빈은 신앙이 이상적인 경우에 확신을 동반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 확신도 신앙의 정도와 성숙에 따른 것이며, 우리는 끝까지 확신을 더해 가는 신앙의 증진을 경험한다는 것도 강조한다. 그러므로 아직 확신이 강하지 못하고 의심에 사로잡히는 연약한 신앙인도 그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과 그리스도로 인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형성되지 않은 신앙"도 신앙이라고 말하는 천주교도에 대해서는 칼빈이 확신한 신앙만이 신앙이라고 한다. 따라서 신앙에는 회의와 의심이 필연적으로 동반되며 그런 것이야말로 참된 신앙이라고 말하는 현대주의자에 대해서도 칼빈은 신앙의 확신을 강조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확신은 자기 확신이나 속고 있는 과신이 아님에도 유의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이런 이들에 대해서 칼빈은 신앙하는 이들에게도, 그것도 가장 확실한 확신을 가진 이들에게도, 그 안에 남아 있는 육체(부패한 인간성)의 작용으로 말미암아 회의와 불신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확신을 전복시킬 수는 없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 실존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에 충실하면서도, 성경이 제시하는 신앙의 모습에 충실하게 신앙을 제시하는 칼빈을 찾아 볼 수 있다. 


이승구의 '21세기 개혁신학의 방향', 92-93p.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