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한다, 고로 철학한다> 독서 메모

증거를 자신의 이론에 맞도록 해석해 내는 프로이트의 능력이 정신분석학적 방법의 강점이라고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어떤 증거든지 말이 되게 하는 신축성은 이 이론의 약점이다. - 33쪽.


그란사소 실험 결과에 대한 리스와 와인버그의 회의적인 입장은 수긍이 가는 입장이고 귀납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데, 탄탄한 과거의 실험 결과로부터 어떤 합리적 추론도 받아들이지 않는 엄격한 포퍼주의자들에게 귀납적인 추론은 애초에 기댈만한 것이 못 된다. 리스와 와인버그가 그란사소 연구 결과를 의심해도 된다고 생각한 이유는 다른 입자들이 빛보다 느리다는 것을 시사하는 증거가 과거부터 축적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이론 자체가 과거에 실험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이론과 증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귀납적인 추론을 통해 어디에서 오류가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포퍼주의자에게는 그런 결정 과정 자체가 비합리적이다. - 47쪽.


결국, 귀납법을 포기하게 되면 어떤 이론가도 현실에서 손을 떼는 것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포퍼의 과학 체계는 늪 속 말뚝 위에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 공중누각이다. - 55쪽. 


토론 전에 미리 분명히 해둘 사실이 있는데, 쿤이 과학이 진보한다고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과학 이론의 변화가 이성적이라고 여겼다는 사실이다. 사실 쿤의 저작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의 관점이 피상적으로 접했을 때보다 훨씬 낯익고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오히려 1장에서 보았듯이 과학적 사고의 궁극적인 토대가 집단 관례에 있다고 여기는 포퍼의 이론이 더 비이성적이고 집단 심리에 바탕을 두었다는 비판을 받기가 쉽다. - 104쪽.


다시 말해 정상 과학 활동은 우리가 이미 이해하고 있는 어떤 것을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어떤 것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 113쪽.


쿤이 혁명 때마다 등장하는 이론들이 서로 공약 불가능하다고 할 때 그것은 다음을 의미한다. 이들 이론이 공약 가능하게 하려면 이들의 강점을 평가할 수 있는 공통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준은 없다. 왜냐하면, 이 기준의 토대가 본보기인데 이 본보기 자체가 항상성이 없기 때문이다. - 117쪽.


여기에 대해 칸트는 1781년 그의 저서 ‘순수 이성 비판’에서 공간의 속성을 공간 자체 속에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볼 게 아니라 우리의 독특한 경험 방식에 의한 결과물로 간주할 때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고 말한다.

 쿤은 일종의 칸트주의를 받아들인다. 쿤에 의하면, 우리의 경험과 독립되어 존재하는 세계는 없고, 이미 상기된 바와 같이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경험 자체가 우리가 지닌 과학 이론에 영향을 받는다. 

 … 색깔이라는 속성에 대한 기준이 그것을 보는 생물학적 종에 상대적이듯, 세계에 대한 관점에 대한 기준 역시 그 관점이 속한 패러다임에 상대적이라는 것이 쿤의 입장이다. 패러담이의 전환과 함께 과학자들의 세계도 변한다는 쿤의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 132쪽


칸트주의의 영향을 받은 쿤에게는, 과학자가 세계를 탐구할 때 그 세계 역시 움직이는 과녁과 같은 것이기에 특정 과학 이론이 진보했는가 하는 질문은 문제의 이론이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답이 달라진다. 그렇지만 이전 생물체에서 약간 진보한 변형 생물체가 자연선택에 유리한 것처럼, 현재 다루고 있는 문제에 대해 선배 과학자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론이 과학계에서 선호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쿤은 말한다. 다시 한 번, 세계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독립된 구조를 지닌 세계가 존재하고 거기에 대해 정확한 기술을 하는 것이 과학이라는 개념을 쿤은 거부한다. 이제 왜 쿤이 자신의 저작을 회고하며 “일종의 포스트다윈주의적 칸트주의”라고 불렀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 134쪽. 


위와 같은 쿤의 과학적 진보에 대한 설명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진보한 변형 생물체가 자연선택에 유리하다는 것은 생명을 더 잘 유지하고 개체를 보호할 수 있다는 기준이 있다. 그렇다면 더 나은 해결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쿤은 그러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가? 결국 그러한 기준은 세계의 독립성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결론적으로, ‘종의 기원’ 같은 책을 혁명작으로 간주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느몰 생물학사는 쿤의 방식으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상기했듯이, 원래 전공이 물리학인 쿤의 이론을 다른 과학 분야에 적용하려면 어려움이 따른다. 구체적으로, 그의 거창한 패러다임 전환 이론은 생물학 내에서 이론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부적합하다고 생각된다. - 141쪽. 


쿤의 저작은 여러 면에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본보기들이 기계적으로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주도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때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가장 악명 높게 여겨지는 그의 생각을 보존해야 할 필요는 없다. 혁명적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패러다임 자체를 폐기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 144쪽. 


과학은 우리에게 사물의 원래 모습을 진실하게 드러내는가? 아니면 그 실용적이 가치만을 중요시하여 우리에게 중욯긴 하지만 실제 세계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것을 보여주는가? - 147쪽. 


“과학적 실재론”은 과학이 진실을 추구한다고 여긴다. 과학적 실재론자들은 각 과학 분야가 그 연구 대상인 세계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더 정확한 지식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과학 적 실재론자들은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과학이 가르쳐 준다는 식의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인문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 실재론자들은 과학이 세계에 대한 “완벽하게” 정확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고 믿지 않는 만큼 과학의 수명이 다했다는 허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학이 세계에 대해 점점 더 정확한 그림을 내놓기 때문에 세계에 대한 더 세련된 그림이 나올 때마다 기존의 그림을 수정하고 발전시킬 여지가 아주 많이 있게 된다. - 148쪽. 


다시 말해 과학적 실재론자들은 “미결정성”에 대한 고려가 별 시사하는 바가 없으며 “기적은 없다” 논증이 맞는 대신에 “비관적 귀납” 논증이 틀리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 151쪽.


오늘날 소위 말하는 “기적은 없다” 논증을 처음으로 기술한 거승로 알려진 철학자는 힐러리 퍼트넘이다. 이 논증은 과학적 실재론을 옹호하는 몇 안 되는 논증 중의 하나이다. “실재론이 맞다는 것은 과학의 성공을 기적으로 여기지 않는 유일한 철학이 실재론이라는 데서 반증된다.”라고 퍼트넘은 주장한다. 다시 말해, 과학 이론이 틀리다면 과학의 성공을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으므로 과학 이론이 최소한 진리에 가깝다는 것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는 한 과학의 성공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 163쪽. 


가장 널리 이름이 알려졌을 뿐더러 가장 생각이 깊고 과학적인 반실재론자인 바스 반 프라센의 경우 “기적은 없다” 논증을 다음과 같이 정명 공격한다. 

 반 프라센에 의하면 좋은 이론은 세계에 존재하는 규칙성을 잘 포착하는 이론이다. 그런 이론이 규칙성을 잘 포착하는 것은 당연한데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이미 폐기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론이 우리가 무엇을 간찰하게 될지 예측을 잘 한다고 해서 그 이론이 실제로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설명해준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반 프라센에 의하면 이런 이론의 성공은 관찰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확실하게 설명해내지 못한다. - 165쪽.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재미있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적은 없다” 논증은 “기저율의 오류”로 알려진 일종의 확률적 추론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 166쪽. 


상기된 토론을 바탕으로 이제 우리는 기저율 오류의 문제와 이중 계산 문제를 피하면서 “기적은 없다”논증을 재구성할 수 있다. 과학적 가설이 진실하므로 그 가설이 성공할 수 있다는 과학적 실재론자의 말은 맞는 말이다. 이 말은 왓슨과 크릭, 그리고 다른 과학자들에 의하 수집된 증거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이  DNA 이중 나선 구조 자체이며, 공통 조상 유래 양식이 다윈과 다른 학자들에 의해 수집된 증거를 가장 잘 설명해 주며, 힉스 입자가 최근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수집한 증거를 가장 잘 설명해주며, 그리고 산소 분자 하나와 수소 분자 두 개로 이루어진 분자가 익히 알려진 물의 성질을 가장 잘 설명해 준다는 것을 일반화시켜 서술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적은 없다” 논증은 통계적인 추론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기저율 오류도 범하지 않는 것이 된다. 이 이론은 과학자들이 제시한 증거에 기반을 두 경우를 다루고 거기에 들어 있지 않은 철학적 증거를 제시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중 계산의 오류도 범하지 않게 된다. - 173쪽. 


개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자연선택의 경우에는 이타적인 행위가 불리하기 쉽지만, 다윈이 말하는 부족이나 공동체 같은 차원에서 이뤄지는 자연선택에서는 그런 행동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말이 된다. 이런 진화론적 기제를 오늘날 흔히 “집단 선택”이라고 부른다. - 250쪽. 


더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문화가지닌 진화역할이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해밀턴에 의하면 이타적인 개체가 서로 동맹해야 이타성이 진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화적인 영향에 의해 이타적인 사람들이 서로 시간을 많이 보내기도 하지만 유전자의 대물림이 아닌 상호 학습에 의한 결과로 아이들이 이타적인 아이로 성장하기 때문에 이타주의가 진보한다고도 볼 수 있다. - 258쪽. 


과학사와 철학 분야에 뛰어난 공헌을 하기도 한 생물학자 마이클 기셀린의 경우 더 직접적으로 의구심을 표현한다: “진화가 인간 본성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는가? 미신이라고 말해 준다.” 만약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간 본성 개념 자체가 없다면, 인간 행위와 사고에 있어 얼만만큼이 자연에서 기인했고 얼마만큼이 자라난 환경에서 기인했느냐 하는 논쟁 자체가 의미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에의 호소가 어떤 윤리적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인간 본성에 반대하는 이론은 얼마나 탄탄한가? - 265쪽. 


그런데 인간 본성이라는 말이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진화된 특징이 모두 보편적이라는 것이 틀린 생각이라는 것, 바로 이것이 진화적 다형성의 연구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이다. 또한, 보편적인 특징은 학습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틀린 생각인데, 바로 이것이 모방에 관한 헤이즈의 연구가 던져주는 교훈이다. “인간 본성”이라는 말이 윤리적 토론에서 언급되면 혼란을 일으키며, 또한 집단의 본성에 따른 사고가 특정 인종이나 성에 대한 전형적인 사고를 강화하는 것을 위에서 보았다. 인간이 심리적인 구조에 어떤 과정을 통해 유사점과 차이점이 생겼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인간 본성”이라는 개념을 상정할 필요가 없다. “인간 본성”이라는 개념을 상정할 필요도 없는데도 계속 문제거리만 된다면 차라리 이 말을 아예쓰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 296쪽. 


우리가 자유의지를 옹호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물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 맞다는 주장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결정론은 이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불안정한 원자핵이 5분 간격으로 붕괴할 수도 또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해줄 뿐인데, 이것은 결심을 굳힌 자동차 구매자가 포드 차를 5분 내에 살 수도 있고 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다시 말해, 비결정론은 원자가 언제 붕괴하는가 하는 것이 원자에 달려 있다거나 어떤 사람이 포드 차를 구매하는 것이 그 사람 마음에 달려 있다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 비결정론은 몇 가지 다른 미래가 똑같은 가능성을 지닌 채 불안정한 원자에 펼쳐질 수 있듯이, 숙고를 하는 개인에게 몇 가지 다른 미래가 똑같은 가능성을 지닌 채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통제가 아니라 우연이다. 

 … 대신에 자유의지의 현실에 대해 고려할 때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선행하는 사건과 차후의 사건 사이의 인과 관계가 의식적인 숙고가 일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리의 생각을 위협하는가 하는 것이다. 인과관계가 비결정론의 한 유형에 속하든 결정론에 속하든 그것은 문제와 상관이 없다. - 308쪽. 



<통조림 학원>을 읽고

아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통조림 학원>을 읽었다. 정말 오랜만에 읽게 된 어린이 책이었는데, 그 내용은 어른들도 깊이 생각해 볼만하다. 기억에 대해, 다양함에 대해, 그리고 아이들의 주체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모든 기억은 소중한 기억이다. 승환이는 아픔을 가진 아이였다. 그 아픔으로 인해 좋지 않은 습관... » 내용보기

<한스 큉, 과학을 말하다> 독서 메모

 » 내용보기

인간적 특징과 관련된 거울 뉴런

'거울 뉴런'이란 제목의 네이버 캐스트에서...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5214&path=|451|&leafId=469요약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때와 직접 경험하지 않고 보거나 듣고만 있어도 동일하게 작용하는 뉴런이 있다. 이것을 거울 뉴런이라고 한다.아이들은 다양한 활동... » 내용보기

'우뇌 학습법'은 아무 의미가 없다.

'대뇌의 좌반구와 우반구 심리적 기능 분화'라는 제목의 네이버캐스트 아티클에서...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5216&path=|451|&leafId=469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뇌량으로 연결되어 있고, 모든 정보는 뇌량을 통해 좌뇌와 우뇌가 공... » 내용보기